친구들이 마블 영화가 너무 재미있다고 여러 번 말했어도 올해 초까지 마블 영화를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마블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보는 '마블 마라톤'을 했고, 그 과정에서 가장 애정이 간 캐릭터가 토르였습니다. 그런데 영어 요일 이름을 들여다보다 Thursday, 그러니까 목요일이 바로 "토르의 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단순한 요일 이름에 갑자기 애착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요일 이름의 어원
혹시 영어의 Monday와 스페인어의 lunes가 같은 뜻이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둘 다 "달의 날"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포르투갈어에서 월요일은 segunda-feira, 즉 "두 번째 날"입니다. 같은 로망스어 계열인데도 요일에 이름을 붙이는 접근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이렇게 된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전 세계 언어들이 요일에 이름을 붙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천체(행성과 달, 태양)의 이름을 따서 붙이는 방식
- 숫자 순서로 "첫째 날, 둘째 날" 식으로 붙이는 방식
이 두 체계의 기원은 모두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맨눈으로 관찰 가능한 일곱 천체, 즉 태양·달·화성·수성·목성·금성·토성을 각각의 요일에 대응시켰습니다. 이후 로마인들이 이 체계를 받아들여 라틴어로 "dies Solis(태양의 날)", "dies Lunae(달의 날)" 같은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로망스어 요일 이름의 뼈대가 됩니다.
반면 숫자식 이름은 종교적 개혁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6세기에 브라가의 마르틴(Martin of Braga) 주교는 이교도 신들의 이름을 요일에 붙이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교회 라틴어 기반의 숫자식 이름으로 교체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날 포르투갈어의 segunda-feira, terça-feira, quarta-feira입니다. 숫자 체계가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솔직히 신화에서 따온 이름들이 훨씬 더 마음에 갑니다.
천체 이름: 수요일 철자에 숨어 있던 오딘의 흔적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수요일 철자만큼 저를 괴롭힌 단어가 없었습니다. Wednesday를 몇 번이나 종이에 써 가며 외웠는지 모릅니다. 발음은 분명히 "웬즈데이"인데 왜 d가 중간에 들어가 있는 건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됐습니다.
Wednesday는 "Woden's Day", 즉 북유럽 신화의 오딘(Odin)의 날에서 왔습니다. Wednesday의 d는 Woden이라는 고대 이름에서 남아 있는 흔적으로 발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지만 철자에는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경우입니다. 이런 현상을 역사언어학(historical linguistics)에서는 화석화된 형태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발음은 사라졌지만 글자는 살아남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영어는 로마 신이 아닌 게르만 신화의 신들을 요일 이름에 넣었을까요? 이는 게르만 민족이 로마의 요일 체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로마 신들을 자신들의 신화에 대응하는 신으로 교체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석 게르마니카(interpretatio germanica)라고 합니다. 해석 게르마니카란 로마의 신들을 게르만 신들과 동일시하여 이름을 치환하는 문화적 번역 과정을 말합니다. 로마의 화성(Mars)은 전쟁의 신 티우(Tiw)로, 목성(Jupiter)은 토르(Thor)로, 금성(Venus)은 사랑과 결혼의 여신 프리그(Frigg)로 대응됩니다.
제 학생들도 어린 시절의 저처럼 Wednesday를 가장 어려워합니다. 이제 학생들이 질문하면 '오딘'이라는 이름에서 왔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설명을 해줄 수 있겠습니다.
숫자 순서: 폴란드어의 '일하지 않는 날'과 한국어 요일 이름의 수수께끼
폴란드어에서 일요일은 niedziela인데, 이는 "일하지 않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월요일을 뜻하는 poniedziałek는 "일요일 다음 날"이라는 의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명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일요일에 일하고 다른 요일에 쉬는 분들께는 niedziela라는 이름이 조금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숫자식 요일 체계를 쓰는 언어들은 폴란드어 외에도 아랍어, 그리스어, 중국어, 터키어, 페르시아어, 조지아어 등이 있습니다. 다만 "첫 번째 날"을 무엇으로 보느냐가 언어마다 다릅니다. 중국어는 월요일을 星期一(첫 번째 날)로 계산하고, 페르시아어는 토요일 다음 날을 첫째로 셉니다. 이 차이는 각 문화권에서 주의 시작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한국어의 요일 이름, 즉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은 달, 불, 물, 나무, 쇠, 흙, 태양이라는 오행(五行)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행이란 동아시아 사상에서 세상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원소인 목·화·토·금·수를 말합니다. 흥미롭게도 이것이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된 행성 대응 체계와 어떤 경로로 연결되는지, 그 전래 과정이 여전히 궁금합니다.
요일 이름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와 신화, 종교가 켜켜이 쌓인 층위라는 생각이 됩니다. Thursday를 볼 때마다 마블 마라톤을 하던 밤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수요일 철자를 가르칠 때 오딘 이야기를 꺼내고, 금요일엔 프리그 여신을 언급해 보세요. 외워야 할 단어가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로 바뀌는 순간, 언어 공부의 결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