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9 이중언어 사용은 어떤 느낌일까 (넓어진 세상, 언어 충돌, 언어퇴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믿기 어려웠습니다. 단일언어 환경에서 자라다 보면 두 언어를 자유자재로 쓰는 사람이 특별한 소수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영어 실력이 직장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되고 나니 이중언어 사용자가 경험하는 세계가 단순히 언어 하나 더 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됐습니다.언어로 넓어진 세상 저는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Dance Moms라는 미국 프로그램을 유튜브 클립으로 즐겨 봤습니다. 문제는 한국어 자막이 달린 클립의 수가 한정적이었다는 겁니다. 더 보고 싶어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이 다시 그 클립들을 보여줬고, 자막 없는 클립들을 그.. 2026. 5. 31. 언어 철자법의 역사 (표준화 배경, 언어별 비교, 한국어) 셰익스피어는 자기 이름을 여섯 가지 다른 철자로 적었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대학 강의에서 접했을 때 황당했습니다. 영어 단어 시험에서 'e' 하나 빠뜨려 틀리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인 지금, 과거에는 철자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철자법이란 게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 사실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약속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나면 허탈해지기도 합니다.표준화 배경: 철자 규칙은 왜, 언제 생겼나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수천 년 전이지만, 표준 철자법(standardized orthography)이 자리 잡은 건 고작 수백 년 전입니다. 여기서 표준 철자법이란 하나의 단어에 하나의 올바른 철자 표기를 정해놓은 규범 체계를 말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독자가 의미를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면.. 2026. 5. 30. 전치사 학습 (틀리는 이유, 언어별 차이, 학습 접근법) 영어를 가르칠 때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게 뭔지 아십니까? 단어도, 문법도 아닌 전치사였습니다. 특히 "연도와 달은 in, 날짜는 on, 시간은 at"을 설명할 때마다 학생들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르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침과 오후는 in the morning, in the afternoon이면서 왜 저녁은 at night인지를 물어볼 때, 솔직히 저도 선뜻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전치사는 단순히 외워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전치사를 틀리는 이유, 암기의 문제가 아닙니다대학 시절 전치사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수업을 한 달가량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전치사 수업을 한 달씩이나 해야 하나' 싶었는데, 막상 들어보니 그게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때 배운 핵심은 단순했습니다.. 2026. 5. 29. 언어를 잊는다는 것 (언어 망각, 헷갈림, 언어 마모 지연) 영어로 대화하다가 갑자기 한국어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잠깐 멈칫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한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혹시 한국어를 잊어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모국어를 잊는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게 진행됩니다.언어 망각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언어를 잊는다고 하면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더니 말이 통째로 사라진 것처럼 상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다릅니다. 언어학에서는 이 현상을 언어 마모(language attrition)라고 부릅니다. 언어 마모란 특정 언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 해당 언어 능력이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집을 오래 방치하면 지붕부터 조.. 2026. 5. 28. 언어 학습 적정 난이도 (흔한 오해, i+1 이론, 교실 현장) 저도 처음엔 어렵게 배우는 게 빠른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해리포터 원서를 펼쳐 들고 모르는 단어를 줄줄이 찾아가며 읽으면 언젠가 영어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한 페이지를 넘기는 데 30분이 걸렸고, 그렇게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머릿속에 남지 않았습니다. 언어 학습에서 난이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단순한 교수법 문제가 아니라 포기하느냐 계속하느냐를 가르는 핵심 변수입니다.어렵게 배워야 빨리 는다는 흔한 오해일반적으로 외국어는 원어민 환경에 그대로 던져 넣으면 빨리 배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카고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영어 교육론 수업을 들을 때까지는 저도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 수업에서 처음으로 들은 개념이 이해 가능한 입력(Comprehensible Input)이었습.. 2026. 5. 27. 영어 숫자의 비밀 (oneteen, 언어계통, teenager) 저는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면서도 eleven과 twelve가 왜 oneteen, twoteen이 아닌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그 질문을 던질 때마다 "원래 그래, 선생님이 영어 안 만들었어"라는 말로 넘겨버렸는데, 그때 11, 12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면 재미있는 이야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한국어에서는 11, 12도 규칙을 따르기에 다른 언어에서는 11, 12를 셀 때 규칙에 벗어난 단어를 쓴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oneteen이 없는 이유, 뇌와 손가락에 있었습니다제가 이 이야기를 처음 제대로 이해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언어 문제가 아니라 인류 역사 문제였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이 주로 셌던 것은 공동체 구성원 수나 가축 무.. 2026. 5. 25. 이전 1 2 3 4 5 다음